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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쇼핑몰에서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 금액 옆에 원화로 표시된 가격과 함께 이 통화로 결제하겠느냐고 묻는 창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어로는 Pay in KRW, 또는 금액이 원화로 미리 계산된 상태에서 확정 버튼만 누르게 되어 있다. 익숙한 원화 숫자가 보이니 편해 보이지만, 나는 직구할 때 이 창에서 원화가 아니라 달러를 고른다. 원화로 보여 주는 숫자에는 중간 환전 비용이 들어갈 수 있어서, 달러로 결제하고 카드사 환율을 따르는 쪽이 대개 덜 손해이기 때문이다. 결제창에서 통화 하나만 제대로 골라도 아끼는 돈이 생긴다. 이 글은 온라인 쇼핑몰 결제창에서 원화로 결제할 때와 달러로 결제할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같은 100달러를 한 줄씩 계산해 보고, 카드사의 해외원화결제 차단서비스를 어떻게 쓰는지까지 정리한다. 카드 청구서에 붙는 일반적인 해외 수수료 구조는 8편에서 다뤘고, 페이팔 화면의 환전 선택은 21편 페이팔 결제 화면 글에서 따로 봤으니, 여기서는 일반 쇼핑몰 결제창만 본다.
원화로 결제하기 버튼의 정체는 DCC다
카드사 안내에서는 이 기능을 해외원화결제, 영어로 DCC(Dynamic Currency Conversion)라고 부른다. KB국민카드 안내는 해외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자국 통화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하고, 한국 사람에게 자국 통화는 원화이므로 결제 화면에 원화가 표시되는 것이라고 적는다. 즉 쇼핑몰이 원래 받는 돈은 달러인데, 중간에서 누군가가 원화로 바꿔 준 숫자를 보여 주는 셈이다.
문제는 그 환전을 누가 하느냐다. 달러로 결제하면 원화로 바꾸는 일은 나중에 카드사와 국제브랜드가 정한 환율로 처리된다. 원화로 결제하면 해외 가맹점 쪽의 환전 업체가 결제 순간에 원화 금액을 정해 버리고, 그 환율에 자체 수수료가 얹힌다. BC카드와 KB국민카드 안내는 이 추가 비용을 이용 금액의 약 3~8%로 설명한다. 결제 순간에 원화 금액을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대가가 몇 퍼센트라는 점을 기억해 두면 판단이 쉬워진다.

원화로 결제해도 해외 수수료는 그대로 붙는다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원화로 결제했으니 국내 결제처럼 처리되어 해외 수수료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맹점이 해외에 있는 이상 거래는 여전히 해외 이용으로 잡힌다. iM뱅크 카드 안내의 비교표도 해외원화결제를 고르면 DCC 수수료가 더해지고, 국제브랜드 수수료는 현지통화 결제와 똑같이 발생한다고 적어 두었다. 원화 결제는 비용을 줄이는 선택이 아니라, 기존 비용 위에 한 겹을 더 얹는 선택에 가깝다고 본다.
환전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표에서는 현지통화 결제의 환전을 1회, 해외원화결제의 환전을 3회로 적어 두었다. 원화를 달러로, 달러를 다시 원화로 바꾸는 과정이 끼어들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환전 단계가 늘어날수록 환율 차이가 쌓일 여지도 커진다.
같은 100달러를 한 줄씩 계산해 보면
숫자로 보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아래 계산은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이다. 카드사 적용 환율을 1달러에 1,400원, 국제브랜드 수수료를 1%, 카드사 해외이용 수수료를 0.25%로 두었고, DCC 수수료는 안내 범위의 가운데쯤인 5%로 잡았다. 실제 환율과 카드별 수수료율은 날마다, 카드마다 다르다.
| 항목 | 달러로 결제 | 원화로 결제(DCC 5% 가정) |
|---|---|---|
| 상품 금액 | 100달러 | 100달러 |
| 원화로 바꾸는 쪽 | 카드사·국제브랜드 기준 환율 | 해외 가맹점 쪽 환율(수수료 포함) |
| 환산 금액 | 140,000원 | 147,000원 |
| 국제브랜드 수수료 1% | 1,400원 | 1,470원 |
| 해외이용 수수료(0.25% 가정) | 350원 | 약 368원 |
| 대략 청구액 | 약 141,750원 | 약 148,838원 |
달러로 결제하면 140,000원에 수수료 1,750원이 붙어 대략 141,750원이 청구된다. 원화로 결제하면 가맹점 쪽 환산에서 이미 147,000원이 되고, 여기에 해외 이용 수수료가 다시 붙어 약 148,838원이 된다. 차이는 약 7,090원으로, 상품 가격의 5% 남짓이다. DCC 수수료가 3%였다면 차이는 약 4,250원, 8%였다면 약 11,340원까지 벌어진다. 한 번에 몇천 원이지만 직구를 자주 한다면 한 해 동안 꽤 큰 돈이 된다.

원화 결제의 장점으로 꼽히는 금액 확정도 따져 볼 만하다. 결제 순간에 원화가 정해지니 환율이 오를 걱정은 없다. 하지만 며칠 사이 환율이 몇 퍼센트씩 움직이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확정의 대가로 3~8%를 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손해에 가깝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결제 뒤 청구까지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17편에서 다뤘다.
결제창에서 원화결제를 알아보는 방법
온라인 결제창에서는 이 선택이 눈에 잘 띄지 않을 때가 있다. 통화 선택 칸이 기본값으로 원화에 맞춰져 있거나, 원화 금액 아래에 작은 글씨로 환율과 환전 업체 이름이 적혀 있는 식이다. 금액 근처에 exchange rate, conversion, currency 같은 단어가 보이면 한 번 멈춰서 어떤 통화가 선택돼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다. 영어 화면이라면 달러나 상품 원래 통화로 바꾸는 선택지를 찾아 누르면 된다.
결제 뒤에 알아차리는 방법도 있다. 카드 승인 문자나 앱 알림에 원화 금액이 KRW로 찍히고 가맹점이 해외로 표시된다면 원화결제가 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iM뱅크 안내도 영수증에 현지통화 외에 원화 금액이 함께 표시되면 바로 취소하고 현지통화로 다시 결제하라고 권한다. 온라인 주문이라면 주문 취소가 가능한지 먼저 보고, 취소가 어렵다면 다음 주문부터 바로잡는 것이 현실적이다.
한 가지 구분할 점이 있다. 국내 고객을 겨냥한 일부 해외 쇼핑몰은 처음부터 상품 가격을 원화로 매겨 두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결제 순간 환전을 덧붙이는 DCC와 구조가 다를 수 있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둘을 화면만으로 가려내기 어렵고, 차단서비스를 켜 두면 원화 승인 자체가 거절될 수 있으니 결제가 막히면 달러 표시로 바꿀 수 있는지 먼저 살펴보면 된다.
해외원화결제 차단서비스는 카드별로 신청한다
카드사들은 2018년부터 해외원화결제 차단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카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는 해외 이용이 가능한 신용·체크카드를 새로 신청할 때 이 서비스를 쓸지 신청서에서 고르도록 바뀌었다. 차단을 신청하면 해외 가맹점의 원화 승인은 거절되고, 달러나 현지통화로만 결제할 수 있다. BC카드와 KB국민카드 안내는 모두 차단해도 국내 이용은 그대로 가능하다고 밝힌다.
신청은 카드사 홈페이지나 앱, 고객센터에서 할 수 있다. 메뉴 이름은 카드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해외원화결제나 DCC 차단으로 검색하면 대개 나온다. 주의할 점은 카드번호 단위라는 것이다. KB국민카드 안내는 대상 카드가 두 장 이상이면 각각 등록하거나 해제해야 한다고 적고 있어서, 직구용으로 쓰는 카드가 여러 장이라면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카드를 재발급받거나 새 카드를 만들었다면 그때도 다시 보는 것이 안전하다.

차단해 두면 결제창에서 실수로 원화를 골라도 승인이 거절되니, 그때 통화를 달러로 바꿔 다시 결제하면 된다. 거절 메시지가 원화결제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면 카드 문제로 오해할 수 있으니, 신청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자. 원화 결제가 꼭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같은 메뉴에서 해제할 수 있다. 내 경험으로는 직구용 카드에는 처음부터 차단을 걸어 두는 쪽이 가장 손이 덜 간다.
결제창이 원화로만 보일 때
예를 들어 미국 쇼핑몰에서 120달러짜리 운동화를 결제하려는데, 결제창 금액이 원화로만 보이고 그 아래에 작은 글씨로 환율 안내가 붙어 있다. 원화 금액이 그날 은행 고시 환율로 계산한 값보다 몇천 원 높다면 DCC 수수료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통화 선택을 달러로 바꾸면 금액이 120달러로 표시되고, 원화로는 청구 시점에 확정된다. 계산해 보니 차이가 크지 않아 보여도, 같은 쇼핑몰을 자주 쓴다면 바꿔 두는 습관이 쌓일수록 이득이다.
체크카드와 정기결제도 같을까
차단서비스 안내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함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체크카드로 직구를 한다면 통장에서 바로 빠져나가는 금액이라 차이를 체감하기 더 쉽다. 결제 직후 출금된 원화 금액과 상품의 달러 가격을 그날 환율로 나눠 보면, 원화결제가 끼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차단 대상 카드 종류와 신청 범위는 카드사마다 다르니 쓰는 카드사의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맞다.
해외 사이트에 카드를 저장해 두고 정기결제를 쓰는 경우도 살펴볼 만하다. 처음 등록할 때 원화 결제로 설정됐다면 그 뒤로 매번 같은 방식으로 결제될 가능성이 있다. 계정 설정의 결제 통화나 청구 통화 항목에서 달러로 바꿀 수 있는지 한 번 열어 보길 권한다. 이런 설정은 한 번 바꿔 두면 오래 가기 때문에, 몇 분을 들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결제 직전 확인 네 가지
결제창에서 볼 곳은 네 군데다. 금액 옆 통화가 달러인지 원화인지, 금액 근처에 환율이나 환전 업체 안내가 있는지, 쓰는 카드에 차단서비스가 걸려 있는지, 결제 후 승인 알림에 KRW가 찍혔는지다. 은행 고시 환율을 미리 알고 있으면 원화 금액이 부풀려졌는지 빨리 감이 온다. 은행 환율표 읽는 법은 20편 환율표 글과 함께 보면 도움이 된다.

DCC 수수료율은 가맹점과 환전 업체마다 다르고, 카드사 해외이용 수수료와 국제브랜드 수수료율도 카드 상품별로 다르다. 위 계산은 구조를 보여 주기 위한 가정이니 실제 청구액은 카드사 앱의 이용 내역에서 확인하길 권한다. 결제창의 버튼 하나가 몇 퍼센트를 가르는 만큼, 원화 금액이 편해 보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해 볼 만하다.
같이 읽으면 좋은 글
카드 청구서에 붙는 해외 수수료의 종류를 다룬 글이다.
17편. 카드 명세서 금액이 결제할 때 본 금액과 다른 이유
승인 금액과 실제 청구 금액이 달라지는 이유를 다룬 글이다.
이어지는 글
같은 물건을 여러 개 사면 자가사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수량과 용도 기준을 질문과 답으로 정리해 본다.
참고
- BC카드, 해외원화결제(DCC) 차단서비스 안내
- BC카드, 해외원화결제(DCC) 사전 차단서비스 신청 안내
- KB국민카드, 해외 체류·결제 중 안내(해외원화결제)
- iM뱅크, 원화결제서비스(DCC) 안내
- 신한카드 게시 자료, 해외원화결제 차단서비스 신청서 필수 안내(2021)
이 글은 카드사 공개 안내를 바탕으로 한 일반 정보다. 수수료율과 신청 방법은 쓰는 카드사에서 최신 내용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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